피 한 방울로 25년 전 치매를 예측한다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병이 아닙니다.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뇌 속에서 조용히 준비를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증상이 생기기 수십 년 전에 미리 알 수 있다면 어떨까요? 최근 과학자들은 바로 그 가능성에 한 발짝 더 다가섰습니다.
혈액 검사 한 번으로 25년 후를 예측한다
2026년 3월 10일, 미국 UC 샌디에이고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JAMA Network Open에 발표한 연구는 의료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연구팀은 Women's Health Initiative Memory Study(WHIMS)에 참여한 2,766명의 여성(등록 당시 65~79세)을 최대 25년간 추적 관찰했습니다. 모두 연구 시작 시점에는 인지 기능에 문제가 없었던 사람들이었고, 보관돼 있던 혈액을 뒤늦게 분석해 p-tau217 수치를 측정했습니다.
p-tau217은 알츠하이머 초기 뇌 변화를 반영하는 타우 단백질의 한 형태로, 혈액에서 간단히 측정할 수 있습니다.
놀라운 결과
- p-tau217 수치가 높았던 여성일수록 이후 수년~수십 년에 걸쳐 경도인지장애(MCI)와 치매로 이어질 위험이 뚜렷하게 높았습니다 [1].
- 이 연관성은 특히 70세 이상과 APOE ε4 유전자 보유자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 p-tau217 수치는 에스트로겐+프로게스틴 호르몬 치료를 받은 군에서 치매 예측력이 더 높은 경향도 관찰되었습니다.
왜 중요한가요?
기존에는 뇌척수액 검사나 PET 촬영(뇌 영상)을 해야만 이런 단백질 수치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침습적이고 비용이 매우 비쌌죠. 하지만 혈액 검사라면 비용이 낮고 접근성이 훨씬 높습니다.
"증상이 나타나기 25년 전에 혈액 한 방울로 위험을 알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삶의 방식을 바꿀 시간이 충분합니다."
물론 이 검사는 아직 임상 현장에서 바로 사용되기보다는 연구 단계에 있습니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정기 건강검진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출처: UC San Diego Today 보도자료, JAMA Network Open 2026-03-10 게재 [1]. FDA는 2025년 5월 Fujirebio의 Lumipulse G pTau 217/β-Amyloid 1-42 Plasma Ratio를 알츠하이머 관련 혈액 기반 진단 보조 검사로 최초 승인했습니다 [2].
뇌혈관 건강이 알츠하이머의 숨겨진 열쇠
2025년 미국 USC 켁 의과대학(Keck School of Medicine) 스티븐스 신경영상 연구소(Stevens INI) 연구팀은 다른 각도에서 치매의 조기 징후를 찾아냈습니다.
연구팀은 비침습적인 경두개 초음파(transcranial ultrasound)와 근적외선 분광법(near-infrared spectroscopy)을 함께 활용해 노인들의 뇌 혈류와 조직 산소 공급을 측정했습니다. MRI·PET보다 훨씬 간편하고 환자 부담이 적은 방식입니다 [6].
핵심 발견
- 뇌 혈관이 건강한 사람들의 특성(혈류·산소 조절 지표가 높은 경우)은 알츠하이머 핵심 병리인 아밀로이드 플라크 축적이 더 적은 것과 연관됐습니다.
- 같은 지표가 높을수록 해마(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의 부피도 더 크게 유지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 이는 인지 저하가 본격화되기 전에 고위험군을 가려내는 보조 지표로 활용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이 연구는 치매가 단순히 아밀로이드·타우 단백질 문제만이 아님을 시사합니다. 만성적인 뇌 혈류 부족이 아밀로이드 축적을 촉발하는 초기 기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상에서 뇌 혈류를 지키려면
- 꾸준한 유산소 운동(걷기, 수영, 자전거)
- 고혈압·당뇨·이상지질혈증 관리
- 금연과 절주
- 충분한 수면
출처: USC 켁 의과대학 보도자료 및 Alzheimer's & Dementia 게재 연구 [6].
수면과 운동, 황금 조합이 치매를 막는다
2026년 4월, 호주 모나시대학교 연구팀이 약 9만 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대규모 연구가 학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최적의 수면 시간
수면과 치매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 연구는 2021년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된 Sabia 등의 Whitehall II 코호트 연구입니다. 이 연구에서 중년기(50세·60세·70세에 걸쳐) 6시간 이하로 자는 습관이 지속된 그룹은, 7시간 수면 그룹보다 치매 발생 위험이 약 30% 높았습니다 [3]. 반대로 장시간 수면의 영향은 연구마다 결과가 엇갈려 해석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일반적인 권장은 성인 기준 하루 7시간 전후의 꾸준한 수면입니다.
운동의 힘
2025년 11월 JAMA Network Open에 발표된 Framingham Heart Study Offspring 기반 연구에서, 중년(45~64세)에 신체 활동이 활발했던 사람들은 치매 위험이 약 41% 낮았고, 노년(65~88세) 활동 활발군은 약 45% 낮았습니다 [4].
놀라운 점은 노년에 시작한 운동도 중년기 운동만큼의 보호 효과를 보였다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시작해도 늦지 않았습니다.
앉아 있는 시간과 관련해서는, 2023년 JAMA에 발표된 JB Raichlen 등의 연구가 자주 인용됩니다. 약 5만 명의 60세 이상을 가속도계로 분석한 결과, 하루 10시간 이하까지는 치매 위험 증가가 뚜렷하지 않았지만, 12시간을 넘기면 치매 위험이 약 50%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
수면과 운동, 함께 보기
여러 연구를 종합해보면, 충분한 수면과 꾸준한 신체 활동은 서로를 대체하기보다는 보완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일관됩니다. 수면이 부족할 때 운동으로 완전히 상쇄하기는 어려우므로, 두 가지를 모두 챙기는 것이 핵심입니다.
실천 팁: 매일 7시간 전후로 규칙적으로 자고, WHO 권장대로 일주일에 최소 150분 이상 중강도 유산소 운동(빠르게 걷기 등)을 하세요. 이 두 가지 조합만으로도 치매 위험을 의미 있게 낮출 수 있다는 근거가 쌓이고 있습니다.
정리: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3가지
오늘 소개한 연구들을 종합하면, 치매 예방을 위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핵심이 보입니다.
| 실천 항목 | 권장 수준 | 참고 효과 |
|---|---|---|
| 수면 | 하루 7시간 전후, 규칙적 | 중년기 6시간 이하 지속 시 치매 위험 약 30% 증가 [3] |
| 유산소 운동 | 주 150분 이상 중강도 | 중년 운동 치매 위험 약 41%, 노년 운동 약 45% 감소 [4] |
| 앉아있는 시간 줄이기 | 하루 10시간 이하 | 12시간 초과 시 치매 위험 약 50% 증가 [5] |
그리고 한 가지 더: 매일 일기를 쓰는 것처럼 작은 인지 활동들이 쌓여 뇌를 지켜줍니다. 오늘 하루를 기록하는 것, 그것이 25년 후의 나를 위한 가장 값진 투자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피 한 방울로 25년 후를 예측하고, 7~8시간 수면이 뇌를 지켜준다는 사실 — 이 연구들이 알려주는 공통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치매는 막을 수 있고, 일찍 시작할수록 더 효과적입니다.
과학은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실천해봅시다.
참고문헌
- UC San Diego Today. Blood Test Predicts Dementia in Women as Many as 25 Years Before Symptoms Begin (JAMA Network Open, 2026-03-10, WHIMS 코호트 2,766명). https://today.ucsd.edu/story/blood-test-predicts-dementia-in-women-as-many-as-25-years-before-symptoms-begin
- FDA. FDA Clears First Blood Test Used in Diagnosing Alzheimer's Disease. 2025-05-16. https://www.fda.gov/news-events/press-announcements/fda-clears-first-blood-test-used-diagnosing-alzheimers-disease
- Sabia S et al. Association of sleep duration in middle and old age with incidence of dementia. Nature Communications, 2021. https://pubmed.ncbi.nlm.nih.gov/33879784/
- Wang T et al. Physical Activity Over the Adult Life Course and Risk of Dementia in the Framingham Heart Study. JAMA Network Open, 2025. 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networkopen/fullarticle/2841638
- Raichlen DA et al. Sedentary Behavior and Incident Dementia Among Older Adults. JAMA, 2023. https://pubmed.ncbi.nlm.nih.gov/37698563/
- USC Keck School of Medicine. Novel markers of brain blood flow and oxygenation may offer early clues to Alzheimer's risk (Stevens INI, Alzheimer's & Dementia 게재). https://keck.usc.edu/news/novel-markers-of-brain-blood-flow-and-oxygenation-may-offer-early-clues-to-alzheimers-risk/